목록하고픈 말들 (38)
나와마주하는시간
글을 쓰려하면 막히고 글을 쓰려하면 또 막히고 생각이 막히고 마음이 막히고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에 기가 막힌다. 가만히 앉아있으며 무엇이라도 떠오르나 기다려보지만 시간을 축내기만 한다. 내게 더 솔직해지지 않아서인가 내가 쓰고자 할 때 먼저 가감하고자 하는 것들을 염두에 두어서인가 글을 쓰고자 하면 자꾸만 막힌다.
다른 이들은 어찌 그리 자신을 잘 관리하고 마음 먹은 것들을 실천해 가는지. 지난 번에 한 선생님이 어플로 나의 사진을 찍더니 관상풀이를 해 주셨는데, 희한하게도 거기에 적힌 내 모습이 너무도 많이 일치해서 놀랐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가 있다면, '의지박약' 하다는 것이다. 너무도 적절한 표현에 그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하루하루의 모습을 정말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교실 안을 죽 돌아보면서, 참으로 내가 교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이끌어야 할 교사가 의지박약으로 매일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좌절하고 있으니 그래도 잘 굴러가는 듯한 교실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내일이 학부모 공개수업이지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아무 것도 판단하지 않고아무 것도 비교하지 않고그저그저나를 있는 그대로사랑해 줄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사랑이 고프다.
자신이 없다. 내게 주어진 세상을 이끌어갈...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흐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휴......
우울함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난 내 마음을 극복하기 힘들다. 하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재미있는 것일까? 난 왜 아무런 재미가 없을까?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다. 무엇을 해야할 지 잘 알지 못하겠다. 갑작스레 찾아온 무기력함 똑같이 반복될 일상. 이 지겨울 듯한 일상을 난 어찌 버티며 살아가야 할지 정말 잘 모르겠다. 졸립기만 마고 눈이 감긴다. 꿈뻑 꿈뻑. 집 안의 금붕어가 좁은 어항의 공간을 휘젓고 돌아다닌다. 금붕어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한바퀴 돌기도 전에 자신이 갔던 길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단다. 같은 길도 새로운 길이 된다. 돌고 또 돌아도 그걸 보고 환장하는 것은 사람뿐이리라. 다행이다. 금붕어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난하지도 못할테니까. 난 사람에 대한 어떤 조절 능력이 떨어지나보다. 하루 종일 졸립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설레이고 싶고 대화하고..
사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어디론가 날려버린 듯한 마음이다. 어제 늦게 잠을 이루어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서울대공원을 가까이에 두고 일으킨 경미한 사고와 그 이후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 때문에 나는 찡그린 얼굴과 답답한 가슴으로 대공원의 정문을 들어서야 했다. 게다가 늦어진 일정으로 오후 12시가 넘어 출발한 대공원을 향한 도로 위는 차들의 주차장이 되어 차 속에서 무려 두 시간이 넘게 갇혀 있어야 했으며, 3월 2일, 다음날이 개학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이유로 아무에게도 이런 내 마음을 말하지 못한 채 동물을 관람하려는 인파 속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아들의 손을 이끌었다. 늦게 시작된 관람으로 인해 호랑이를 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잰걸음 해야했고 피곤해 보이는 우리 모두는 리프트에 몸을 의..
나는 왜 한 달란트냐며 불평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은연중에 나는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 열 달란트를 가진 다른 사람들을 질시해왔었다. 나보다 많이 가진 이들을 늘 부러워했던 것 같다. 내 머릿속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잊은 지 오래된 것은 그 증거 중 하나다. 경복궁 옆 통의동에 있는 ‘대림미술관’엘 다녀왔다. 패션계의 전설,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층에 오르면 한쪽 벽면에 그의 글귀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개성은 비교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라거펠트야 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적극 사용하고 배로 늘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여름인가, 을 보았다. 그런데 영화화되기 훨씬 이전에 문고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