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하고픈 말들 (38)
나와마주하는시간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은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나를 방임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고 사랑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처럼 나를 잘 관리하고 가꾸어가는 것이 사랑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했던 드라마 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이야기의 빠른 전개와 반전 등은 다음 편을 계속 기대하게 만들고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새벽이 되도록 계속 이어서 보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그만 봐야한다고 되뇌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시계를 보면서 ‘2시까지만 봐야지!’라고 결심하고는 2시가 되면, ‘3시까지!’ 3시가 되면 ‘4시까지!’ 라고 스스로에게..
식사를 하지 않고 걸렀다. 아내가 식사를 하라고 재촉했다. 대신 나는 냉장고의 문을 열고는 위 아래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먹다 남은 포도주병을 찾았다. 뚜껑을 열고 커피잔에 나지막히 따라 넣고는 다시 냉장고 안에 집어 넣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파울로 코엘료의 를 읽는 동안 조금씩만 입안으로 흘려넣고 있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뱃 속의 공허를 느끼고 싶었다. 비어 있는 느낌, 생리적 욕구를 거절하였지만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지고, 사려깊어지는 듯 했다. 원할 때마다 입안으로 마구 집어 넣었던 모습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비어있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텅빈 위장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포도주는 영혼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듯 하다. 나의 뇌는 여전히 뱃속에 음식 덩어리들을..
나는 열등감이 90%를 넘어설지도 모를 정도로 염세적인 사람이다. 서른 일곱을 막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남들의 눈을 의식하느라 가끔은 나의 정신적 에너지를 마구 소비하기도 하니까. 여전히 나 스스로의 마음을 편히 쉬게 해 주지 못하고 있다. 자유롭지 못하다. 난 참 소심하고 연약한 사람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조금만 더 키가 크다면, 세상이 과연 달라보였을까? 지금의 나의 모습 아닌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까? 염려함으로 키를 한 자나 더 크게 할 수 없음에도 나는 그 염려의 틀 안에서 여전히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에 한발작도 제대로 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내 모습 뒤에 내 아이들이 있다. 내가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보잘것 없는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이해심많은 나의 딸과 깊은 ..
그래도 참 다행이지 싶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며칠을 멀다하고 나나 동생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치고 손찌검하던 모습을 나는 보여주지 않아서 말이다. "나...그래도 나쁜 아빠는 되지 않을께. 너희의 웃음이 사라지는 일은 없도록 할께. 약속할께. 내가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십자가라면 그저 어깨에 짊어지고 갈께. 그렇더라도 슬픈 표정은 짓지 않도록 노력할께. 대신 아빠를 위해 기도해줄래? 아빠가 혹시 그 십자가를 놓아버리지 않도록 말이야." 글을 쓰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이들의 사랑스런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 지키고 사랑할께. 너희들을 위해서. 힘들더라도 참을께.
아내가 거실에서 아이들을 위한 사진앨범을 만든다며 노트북 앞에서 골몰하는 사이, 난 첫째 아이를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와 팔베개를 해 주고는 상념에 잠겼다. "하나님 저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마치 하나님을 원망하는 듯한 말투인 것 같아서 다시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다, 저의 잘못된 선택이지 주님 탓은 아닐겁니다. 하나님은 아무 책임이 없으세요. 그런데 전 지금 너무 힘들어요. 전 언제쯤 행복해질까요? 그것도 제 마음먹기에 달려있을지도 몰라요. 주님 저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방문과 벽...내가 속한 이 공간이 다시금 낯설게 여겨졌다. 분리된 느낌이었다. 나의 생각의 흐름, 영혼의 갈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딱딱하고 차갑게 여겨졌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을 보내는 나의 하루하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