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마주하는시간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본문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성으로서의 어떤 기대도 그녀의 눈빛과 말투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몸과 마음은 늘 무거워 보인다.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 한 가지 만큼은 분명하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말이다.
늘 나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늘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의 대부분이 집안일이다.
자신의 처지를 매우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내가 집안일을 열심히 도우면 생길 그 고마움을
사랑으로 여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진짜 마음은
내가 집안일을 열심히 했을 때 느끼는 고마움을
사랑으로 위장함으로써 감추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과연 내가 집안 일을 열심히 하면
그녀의 나에 대한 사랑은 돌아올까?
그것에 대해 나는 그저 의구심이 들 뿐이다.
현재의 나의 사랑은 실패이다.
그래서 잃어버린 사랑이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떠오른다.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어느 새
가득해진다.
채워진다.
그러나 곧 눈을 뜨면
사라지고 없다.
헛된 일이다.
이것도 헛되고 저것도 헛되고
모든 것이 다 헛되다.
지나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무 소용이 없다…..
한번뿐인 인생을 이런 마음으로 허비하고 있는 것이
아쉽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는 더 늦기 전에
일탈을 하신 것인가?
그러나 그것도 더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