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마주하는시간
무얼 해야하지? 본문
가을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여름의 기새를 몰아내려는 듯, 하늘의 구름은 바삐 움직이며 비를 뿌려댔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반바지를 입고 나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오늘은 맨살에 부딪히는 바람이 불현 듯 겨울을 예감하게 했다. 구름이 어찌나 빠른 지 건물 사이로 보이는 구름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요즘 내 정신이 왜 이러나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가 가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여 잔소리를 하며 학교를 보내고 나면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 다반사다. 그러다 깨면 점심 때가 다 되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 하릴없이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을 때가 많다. 옆에 늘 책이 있지만 펴볼 생각이 도무지 나질 않는다. 의욕이 사라졌나보다. 무얼 해야할지 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아직은 회복기간이라 자전거도 타지 않고 있고 사진도 찍지 않는다. 이대로 겨울이 덥석 오면 어쩌지?
게다가 몸도 도와주지 않았다. 어깨가 낫는가 싶더니 오른쪽 하복부에 경미한 통증이 있어 불편했고, 또 통증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지난주부터 위염인지 음식을 먹으면 위가 많이 불편했다. 지금은 무얼 더 먹으면 또 탈이 날 것만 같다. 이럴 땐 아예 먹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무엇하나 탐탁지 않은 지금, 걱정이나 근심이 나로부터 떠나가길 바래본다.
날이 어두워진 지금 아직 아내가 아직 들어오지 않는다.
난 지금 무얼 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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