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마주하는시간
강원도 신남항의 아침 본문
강원도 신남항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이른 아침 해뜨는 시각에 맞춰 부리나케 해안가로 갑니다.
저 멀리 어둠을 뚫고 나온 붉은 태양은 허공을 가르며 빛이 되어 신남항을 붉게 물들입니다.
잠시 홀로 바다와 마주대합니다.
늘 이런 시간이면 특별한 감정이 일어나길 바라지만,
이윽고 해가 구름 위로 올라가버리면
뒤돌아서는 제 마음은 해를 보기 이전과 별반 차이 없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굳이 해를 바라보려고 신년 동해를 찾아오진 않습니다.
다만 때가 되고 기회가 되면 은연중에 담는 것이지요.
그래도 홀로 서 있는 이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아침 일찍 새벽 내 수고한 부부는 배에서 그물을 내립니다.
그물을 끌어 잡아당겨보지만
그물에는 생각보다 파닥파닥 움직이는 고기를 쉽게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몇 번 당기고 나서야 손바닥만한 고기가 그물에 걸려옵니다.
"이거 어제 먹은 고기 맞지요?"
"네 맞아요. 이 고기가 조그마해도 맛은 있지."
전날 신남항에 도착하고 시장하여 들른 식당 아주머니십니다.
"저희가 밤 늦게 찾아와서 치우시느라 더 늦으셨을텐데, 새벽에 고기 잡으로 나가신거에요?"
아주머니께서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조용한 바다와 소박한 어선, 자그마한 고기.
그물에 걸려든 커다란 고기 없어도
이미 이런 소박함이 익숙하신 표정이었습니다.
다음에 신남항에 또 와야겠습니다.
2012 강원도 삼척 신남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