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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픈 말들

빈 속

꿈소 2012. 1. 9. 12:30

식사를 하지 않고 걸렀다.
아내가 식사를 하라고 재촉했다.

대신 나는 냉장고의 문을 열고는 위 아래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먹다 남은 포도주병을 찾았다.
뚜껑을 열고 커피잔에 나지막히 따라 넣고는 다시 냉장고 안에 집어 넣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를 읽는 동안
조금씩만 입안으로 흘려넣고 있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뱃 속의 공허를 느끼고 싶었다.
비어 있는 느낌, 생리적 욕구를 거절하였지만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지고, 사려깊어지는 듯 했다.
원할 때마다 입안으로 마구 집어 넣었던 모습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비어있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텅빈 위장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포도주는 영혼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듯 하다.

나의 뇌는 여전히 뱃속에 음식 덩어리들을 넣으라고
아우성이지만,
지금은 너마저 제어해야겠다는 생각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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