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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어디론가 날려버린 듯한 마음이다

꿈소 2012. 3. 2. 00:46

  사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어디론가 날려버린 듯한 마음이다.


  어제 늦게 잠을 이루어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서울대공원을 가까이에 두고 일으킨 경미한 사고와 그 이후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 때문에 나는 찡그린 얼굴과 답답한 가슴으로 대공원의 정문을 들어서야 했다. 게다가 늦어진 일정으로 오후 12시가 넘어 출발한 대공원을 향한 도로 위는 차들의 주차장이 되어 차 속에서 무려 두 시간이 넘게 갇혀 있어야 했으며, 3월 2일, 다음날이 개학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이유로 아무에게도 이런 내 마음을 말하지 못한 채 동물을 관람하려는 인파 속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아들의 손을 이끌었다. 늦게 시작된 관람으로 인해 호랑이를 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잰걸음 해야했고 피곤해 보이는 우리 모두는 리프트에 몸을 의지한채 어두워진 하늘과 퇴장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가 차려준 식사를 뒤로 하고 피로감을 이기지 못한 채 거실 바닥에 눕자마자 잠에 빨려들었다. 내일이 개학임에도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한 나는 부담감에 다시 일어났고,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그 어떤 의욕도 없이 멍하니 네이버 뉴스기사나 클릭해 보고 있다가 나의 준비되지 않고 책임감 없는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 허탈맞아 보여 한글을 열어 글로 마음을 써내려가고 있다.


  제대로 된 쉼이나 기쁨이 없었던 오늘 하루의 삶은 남는 것 없이 지나가버렸다는 생각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불과 몇 시간 뒤면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해야함에도 학급경영과 아이들에게 일러주어야 할 것들에 대한 준비도 없는데다 수많은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며 그만 조그마한 의욕들은 마음 한 구석으로 쳐박았다. 그렇게 하루를 망쳐버린 것 같은 내 자신이 못내 아쉬웠다. 왜 이런 하루를 보냈는지 다시 점검하고 곱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우선순위다. 사실 오늘 하루는 새학기를 준비하는데에 시간을 보냈어야 했고, 분주한 마음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들과의 첫만남은 1년을 위한 기초석과 같은 중요한 시간들이다. 그걸 늘상 마음 속으로 되뇌였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못했다면 빨간 날, 오늘 만큼은 그것을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다. 그러나 “3월 1일엔 뭐할까?” 라는 친구의 한 마디는 우선순위를 쉽사리 바꾸어 놓았고, 잠시 그런 고민들을 잊을 만한 이벤트에 마음이 끌렸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오늘 일찍 만나 놀고 오후에 헤어져 집으로 와서 저녁시간에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문제는 시간과 돈을 재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녁시간에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매우 막연했고 사실 교육과정이나 학급경영을 위한 준비는 시간을 들이는 만큼, 내가 노력하는 만큼 그 결과들이 보여지기 때문에 어찌보면 나는 오늘 하루를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보냈어도 충분치 않았을 텐데 경솔했다. 우선순위를 가벼이 대했다. 시간을 계산하고 측량해보지 않았다. 그것은 ‘세월을 아끼라’라는 하나님의 말씀과도 먼 행동이었다. 그리고 오늘 다녀옴으로써 사실 많은 수업료를 지불하게 되었다. 자동차 사고도 그렇고, 리프트 값도 그렇고, 곧 기름도 넣어야 하고...


  세번째 문제는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랑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런 대목에선 늘상 성경의 ‘달란트’ 비유가 떠오른다. 잘 모르겠다. 내가 왜 교사가 되었는지. 점점 아이들에게 쏟는 애정은 약해져가고 있고, 매너리즘에 빠진 그렇고 그런 교사로 시간들을 어수룩하게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종종 왜 나를 교육 현장으로 보내셨나며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항변을 일으키기도 한다. 교사가 되고 벌써 10여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이 일이 싫고 어서 도망가버리고 싶은 심정이고 가만히 앉아 생각에 빠질 때면, 할 수 없이 이 자리에 있는 내가 견딜 수 없이 짜증스러워질 때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사로서 자질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을 뿐인데, 왜 이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를 수도 없이 물어보았다.


  늘상 이렇게 주어진 교사로서 마음이 어려운 이 삶을 감사로 여기며 여기서 뭔가 찾으려고 열심을 내야할 지, 아니면 정말 이 길이 내 길이 아니고 난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어려운데 다른 길을 찾아보아야 하는 건지, 나이 40이 가까워지고 있는 이 때에 여전히 나 혼자만이 감당해야하는 숙제다. 그런 결정되지 않는 내 마음은 여전히 땅에서 떨어져 하늘에 둥둥 떠다니기만 하고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내 마음의 흐름은 고스란히 현재의 교사로서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게으름이 곁들여져 결국 오늘처럼 우선순위도 없고, 일의 압박감은 다가오고,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고 싶지도 않은 마음으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아.....


  숨이 가쁘다.


  중학교 때부터 교사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교실 책상에 앉아 되뇌었는데, 20세부터 무려 18년동안, 교직생활 14년동안이나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버티고 있는 나도 무식하면서도 대단히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별다른 변화나 깨달음도 없이 아직도 유치한 생각들로 어른스럽지 않은 결정과 행동을 하고 있으며, 내 삶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준비없이 나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은 아직 유아기적 방황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답답함을 늘상 벗어나고 싶지만, 이렇다할 해결책도 내게는 찾아볼 수 없다.


  분명한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그 안에서 기쁨과 삶의 보람을 찾고 하루하루를 자신의 우선순위과 실천력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나태한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이런 나의 하루가 너무도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 무엇 하나 남자답게 혹은 어른스럽게 완수하지 못하고 실천도 하지 못하는 게을러빠진 내 모습이 진절머리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다른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의 뒤꽁무니만을 바라보면서 부러워하고 내가 가진 자원들을 생각해보지 않은 채 그냥 이대로 시간 때우기만을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여전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교사로 보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묵묵히 이 일을 감당해 나가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단 지금으로선 방법은 하나다. 결론도 하나다.

 지금 주어진 현재의 시간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잘 못하더라도 부족한 점이 많을지라도 결과가 어떻게 펼쳐지든간에, 그래도 최선은 다 했다라고 어느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은 되고 싶다. 모든 것이 두렵고,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져, 혹은 내게 주신 일이 싫어서 그저 묻어두고 그동안 내게 주어진 몇십년의 시간을 아무렇게나 보냈고 남는 것은 없었으며 감사할 거리도 없었고, 그런 내 삶은 내 탓이 아니고 가정환경 탓이고, 보내주신 하나님 탓이라고 원망하며 뒤를 돌아보고 슬픔과 탄식에 젖을 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늘상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가?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그러나 그걸 선물로 받아들이느냐 후회할 것으로 만드느냐는 그걸 받아들인 사람 본인의 선택이라고.


  다시 나를 재정비하자.

  일단 감사하자. 내 삶, 내 가정, 내 아내, 내 아이들, 내 직장, 학생들, 동료들, 친구들, 내 하루들....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하자. 오늘처럼 까닭없는, 오히려 후회들이 남겨지는 계획되지 않은 하루를 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중요한 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시간들을 계산하고 계획하자. 그리고 한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나를 채근하고 다스리자. 나의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한 의미들로 채워나가자.


  멋진 사람이 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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