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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을 읽으며...무상급식

꿈소 2012. 8. 26. 20:00

  한참 무상급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입장의 주장은 세금을 왜 낭비하느냐였다. 선별적으로 급식지원을 해야지 왜 필요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급식을 하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 당시 나는 모두가 무상급식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학교의 학구는 생활이 넉넉하지는 않은 가정이 많았다. 그 어느 학교보다 생활기초수급자나 한부모가정, 혹은 차상위계층이 많았고, 매년 학기초가 되면 지원을 받아야 하는 학부모들은 이런 저런 증빙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다. 특히 차상위계층은 교육청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수만큼 뽑아야 하기 때문에 의료보험납부 영수증을 통해 지원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서류만으로 선별해야 하므로 각 가정에 대한 현실적인 상황을 알 수 없으므로 정작 지원받아야 할 아이들이 제외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일단 무상급식지원 대상자가 되면 해당 아동에게는 급식비를 받지 않게 되는데, 나는 종종 급식비를 받지 않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질까봐 급식비를 내는 기간이 되어 안내장을 나누어줄 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또 종종 지원대상자 부모에게 학교에서 보내는 개인별 안내장을 전해주어야 하는데, 매번 같은 아이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않는 아이들은 왜 그 아이들만 받느냐며 질문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가끔은 대상 아이들을 복도로 불러내어 안내장을 나눠주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이상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런 저런 경험 때문에 보편적 무상 급식에 대한 안건이 나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었을 때 나는 환영하였지만,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시장직을 걸고 법안으로 채택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여겼다. 서울시는 수많은 건설사업으로 재정 적자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으며 나라의 살림을 거덜내는 것 같아 보였는데, 무상 급식을 포퓰리즘 운운하며 시장직을 걸 정도로 반대를 하다니, 나라가 기득권의 입맛대로 돌아가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님들도 무상급식지원에 대해 왜 세금을 낭비하느냐 반대의사를 많이 표시했다. 급식비를 낼 아이들에게 굳이 세금을 들여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돈 있는 아이는 돈 주고 먹으면 되고 돈 없는 아이는 나라에서 사 준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고 매우 실리적이지만, 거기에는 차별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안 되겠는가? 그럼 낼 만한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 급식비분 만큼 세금을 더 내고 차별로 인한 사회 속 불협화음을 덜어내는 것이 더 좋은 일 아닐까?

 

  그래도 나는 좀 더 분명하게 입장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의 생각을 읽으면서 역시 생각하는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많이 알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으로 잘 드러낼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안철수씨가 인터뷰에서 제시한 것에 따르면 다음과 같고 짧지만 핵심을 잘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중산층 가정의 아이도 급식을 먹는다면 '내가 돈을 더 낼 테니 급식의 질을 높이자 하겠지만, 가난한 아이만 급식을 먹는다면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니 보편적 복지는 내가 낸 세금의 혜택을 실감하고 '함께 누리는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체제라고 하겠습니다.

  반면 선별적 복지만 고수한다면 부유층과 중산층의 '반복지 동맹' 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요. 세금 내는 사람 따로, 혜택 보는 사람 따로이니, 사회적으로 증세와 복지 확대에 대한 저항이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선별적 복지는 또 '낙인 효과'를 만들어 사회통합에 금이 가게 하죠. 국민을 '시혜자'와 '수혜자'로 구분하니까요. 예를 들어 학교급식의 경우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하면 '얻어먹는 아이'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적 효율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권과 정서라는 측면에서도 배려가 필요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선별적 복지를 하다 보면 수혜 자격, 즉 가난을 입증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행정비용이 드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고요." (p. 95-96)

 

  안철수의 생각을 읽으면서 정당정치의 폐해가 많다고 생각했다. 합리적 의사결정에 의해 여야가 힘을 합해 국민의 삶의 질과 생활 여건을 개선하려기 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어 정쟁만 일으키니 그 피해는 도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 아닐까? 현정부들어 소통과 합의, 복지와 삶은 후퇴하는 것 같아 차기 정부에서는 '회복'과 '행복' 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음 좋겠다.

 

  # 지금은 전면무상급식이 실시되어 예전처럼 급식비 지원을 선별할 필요가 없어져서 좋고, 또 나도 지원대상자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차별을 느끼지 않게 할까 고민하며 매달 나오는 급식비 납부 고지서 및 여러 안내장을 나눠줄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리고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지금, 도리어 서울시 재정의 적자가 감소되고 있다고 하니 이는 정책의 문제이고 발상의 전환의 문제이지 싶다. 세금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국민들의 삶의 가치가 있는 곳에 써야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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