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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글쓰기 공중부양을 읽고

꿈소 2012. 7. 11. 00:12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짧은 글을 써 왔다. 그런 글쓰기의 시작은 큐티에서 비롯되었다. 겁나게 힘들었던 고교 시절 성경을 읽고 생각하거나 느낀 것들을 공책에 옮기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그만큼 글쓰기는 나에겐 절박한 것이었다. 내가 맞닥뜨린 삶의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 그분을 만나기 위해, 나의 소망, 혹은 미래와 마주하기 위해 나는 매일 써야했다. 


대학시절엔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서 칼럼을 개설했다, 나는 이곳에다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여전히 목말랐다. 또래 친구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싶었다. 종종 찾아오는 외로움과 삶에 대한 질문, 나의 근원에 대한 물음 등을 생각나는대로 끄적였다. 비록 찾아오는 이는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나의 소리를 듣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교단일기부터 시작해서 늘 짦막한 글들을 써 왔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았다. 좀 더 내 생각을 자유로이 풀어 내고 싶었지만, 그 때마다 부딪히는 것은 사용할 적절한 단어 혹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카메라는 내가 보고자 하는 것들을 성실하게 담아주었다. 그리고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내가 주로 보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내가 담은 사진에 글을 덧입히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우러지면 기분도 좋았다. 즐거웠다.


그러나, 사진도 글도 더 나아지지 않았다. 왜일까? 생각하던 끝에 조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철학의 부재가 그 첫번째고, 글쓰기의 실제적 방법들을 탐구하지 않는 것이 그 두번째이며,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은 것이 세번째다.


이외수 작가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읽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앞서 대략 10권의 책을 읽었다. 각각의 글쓰기 책들마다 나름 의미있는 의미있는 실제적 방법이나 마음가짐을 제시해 주고 있고, '글쓰기의 공중부양'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책들에 비해 수월하게 읽히는 이외수님의 책에서 대략 세 가지 정도 배울 점을 발견하였다.


1. 진실하게 써라. (가식과 허영을 버려라.)

2. 단어, 사물이 가진 속성, 본성을 파헤쳐라. (나는 너이다.)

3. 소설을 써 보자.



글을 쓰다가 탁 막히는 경우, 정말 무얼 써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일 때가 많지만, 허영과 욕심으로 문장을 어떻게 꾸며낼지, 어떻게 단어를 수식할 지 고민해서 일 때도 많다. 그럴 땐, 진실된 나와 마주하기 어렵고 문장은 사치스러워진다. 유치해지기도 한다. 치사스럽기도 하다. 진실함을 연습하자.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것은 피사체와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남이 없는 사진은 무미건조하다. 감동을 주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글 속에 들어갈 대상들과 만나야한다. 그 대상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 마치 내가 그 대상인 것처럼, 아니 대상에 나를 이입하여 세상을 다시 바라보도록 해야한다. 내가 나에게만 머물러 있다면 늘 세상은 나의 좁은 세계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글 역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소설.... 한 번 써보고 싶긴 한데... 늘 멈춘다. 생각이... 사건을 하나 설정한다치면 그 이후는 깜깜하다. 사건이 먼저인지 플롯이 먼저인지 헛갈리기도 하고. 한번 시도해볼까? 도전해 봐야겠다. 이외수씨도 그렇고 스티븐 킹도 말씀하셨듯, 소설엔 단지 허구를 담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 진실이 있어야 한다. 상상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의 진실, 나의 진실을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쓰고 싶다. 소설을.


많이 경험해야하지 않을까? 세상을. 학문을. 상상해야하지 않을까? 나 아닌 너를. 의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인생에 대해. 나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절박함으로 매일 썼던 큐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만나야겠고, 알아야겠고,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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