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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한달란트?

꿈소 2012. 1. 19. 03:13

나는 왜 한 달란트냐며 불평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은연중에 나는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 열 달란트를 가진 다른 사람들을 질시해왔었다.

나보다 많이 가진 이들을 늘 부러워했던 것 같다.

내 머릿속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잊은 지 오래된 것은 그 증거 중 하나다.


경복궁 옆 통의동에 있는 ‘대림미술관’엘 다녀왔다.

패션계의 전설,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층에 오르면 한쪽 벽면에 그의 글귀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개성은 비교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라거펠트야 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적극 사용하고 배로 늘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여름인가, <마당에 나온 암탉>을 보았다. 그런데 영화화되기 훨씬 이전에 문고판으로 나온 작품이라는 것을 중고서점에 들러서야 알았다. 다은이는 그림도 거의 없는 2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동화를 3일동안 읽고, <나니아 연대기> 영화를 보고서는 한권으로 묶은 책의 깨알같은 글씨를 집중해서 읽어내려가는데, 나는 다은이의 그런 모습에 무척 고무되었다. 뿌듯함까지는 좋은데, 나는 후회되는 말을 건네고 말았다.


“다은이 나이엔 이렇게 글씨가 많은 책을 읽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데, 다은이 훌륭한데?”

그리고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다은이가 듣는 앞에서 자랑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뒤, 다은이가 유치원에서 자기는 그림 없는 글씨만 있는 책도 읽는다고 자랑을 했다는 것이다. 아뿔사!! 그리고 아내도 한마디 했었다.

“글씨만 있는 책을 읽는 게 뭐가 중요해. 책을 읽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느냐가 중요하지!”

다은이의 마음을 키워가는데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마음을 해치는 칭찬을 하고 만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주어진 한 달란트도 감사하지 못하는 아빠는 아이에게도 왜곡된 자아개념을 심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비교하고 정죄하고 질시하려는 죄의 속성이 내 안에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증거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열등감이 내 안에 쓴 뿌리를 만들어내기까지 나는 내 마음의 정원을 관리하고 있지 않음에 대한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은이를 양육하는 나의 태도에서 바로 드러난 것이다. 나의 잘못된 자아에 투영된 말과 행동은 다은이의 말랑말랑한 자아도 굳게 만들 수 있음을 아주 사소한 말 속에서 찾아냈다.


결국, 열등감이랄지, 죄의식, 비교의식, 나를 사랑하지 않는 태도, 내 사람에 대한 비난이랄지 불평 등은 다른 사람들, 특히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녀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두려운 마음으로 곱씹었다.


내 자녀를 사랑하고 교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데에 있지 않고, 아빠인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나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올바르게 사랑하고, 내게 주어진 삶을 감사하고,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을 사랑하기 위한 진정한 준비인 것이다.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다른 사람의 달란트와 비교하지 않고, 감사하며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은 내 아이가 자신의 달란트를 소중히 여기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데에 기초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먼저 나부터 시작하자.

비교하지 말자.

감사하자.

내게 주신 달란트를 소중히 여기자.


다은이와 유현이가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겸손함과 온유함으로 받아들이고

늘 감사하고 하나님을 위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먼저 나를 돌아보자.


##


WORK IN PROGRESS,

칼 라거펠트전

2012년 3월 18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화요일~일요일 AM 10:00~ PM 6:00, 월요일 휴관


관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www.daelimmuseum.org/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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