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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과 두려움

꿈소 2012. 5. 31. 19:14

  다른 이들은 어찌 그리 자신을 잘 관리하고 마음 먹은 것들을 실천해 가는지.

지난 번에 한 선생님이 어플로 나의 사진을 찍더니 관상풀이를 해 주셨는데, 희한하게도 거기에 적힌 내 모습이 너무도 많이 일치해서 놀랐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가 있다면, '의지박약' 하다는 것이다. 너무도 적절한 표현에 그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하루하루의 모습을 정말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교실 안을 죽 돌아보면서, 참으로 내가 교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이끌어야 할 교사가 의지박약으로 매일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좌절하고 있으니 그래도 잘 굴러가는 듯한 교실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내일이 학부모 공개수업이지만, 미리 작성해 둔 지도안 한 장 펼쳐놓고 망연자실 앉아 있었다. 도대체 내 마음은 왜 이리도 약한 것인지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결정하기도 싫어 수업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간에 블로그를 펼쳐들고 또 끄적이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면 뭔가 나에 대한 해결책이라도 나올까 싶어서.

 

  정말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이 마음의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철학은 무엇일까 말이다. 그리고 의욕상실에 빠졌을 때 어떻게 헤어나오는지도. 옆 반 선생님 반을 잠깐 들렀다. 선생님께서는 열심히 수업 자료를 준비하셨고, 내게 자료를 선뵈이셨다. 잘 만들었고, 칭찬해 드렸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해 가는 과정에 감정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감정의 노예가 되어 머릿 속은 엉켜가고 이제는 정체되어 더 이상 꼬인 터널 속을 빠져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곤 스스로 복잡한 마음의 상태가 되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나의 못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내 스스로에 대한 자기관리가 안 되는 사람이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영향을 미칠리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오늘을 살아가야 할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더우기 오래된 마음의 습관들은 나로 하여금 족쇄까지 채운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당연한 것들이 나에게는 늘 고민거리가 되는 것이 마이너스 통장을 안고 인생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전혀 문제거리가 되지 않고 스트레스나 부담감들을 내면 안에서 잘 정리해 나가는 모습들이 그리고 자신의 생각들을 바로바로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들은 나에게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지금 생각이 난 건데,

 아마 이 모든 내 모습의 주요한 원인들을 요약하자면 두가지로 귀결될 것 같다. 첫째는 열등감이고, 둘째는 두려움이다.

 

  나는 열등감 지수로 따지면 엄청나게 높은 사람일 것이다. 늘 나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곤 한다. 그런데 그 비교가 나를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깎아내려가면서 비하하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래왔던 것 같다. 신체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그리고 가정적으로 늘 만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이들은 그런 내 모습에 대해 판단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도록 반응을 해 주었다!! 게다가 팔에 입은 화상의 흔적은 그런 마음을 더욱 공고히 밀어부쳤다. 그런 모든 열등감들을 이길 수 있게 해 준 하나의 사건, 예수그리스도와의 만남은 내 인생의 패러다임을 변환시키기까지 했으나, 내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려 했던 나는 결국 나의 인간적 연약함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감춰둔 열등감은 나를 더욱 속박했고 나를 더욱 괴롭혔다. 몹쓸것!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쁜 자식!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로 들자면 두려움이다. 특히 열등감으로 인한 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이 가장 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역시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판단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힌다. 그것  역시 관계에 대한 문제로 회귀됨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원대한 꿈을 꿀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늘 남들 눈에 보기 좋기 위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지 않게 생각할까봐 늘 노심초사였던 것 같다. 생각보다 남들은 나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음에도 나는 늘 그들의 시선 밖으로 자유로이 벗어나지 못해왔다. 그러므로 나의 행동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에 의한 것이 아니라, 껍질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이상주의자가 되었을런지 모르겠다. 현실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현실보다는 이상에서 놀고 싶었나보다. 그런 이상들은 늘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우려감으로 현실 밖으로 꺼내오지 못해왔다. 나는 늘 남들보기에만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없었고! 나는 없었다!  굳이 그 원인을 따지자면 부모의 이혼을 핑계삼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말로 하면 과대망상증 정도 되려나. 피해의식? 거절감?

 

  그러므로 나는 목적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 늘 환경에 지배를 당하는 쪽이었고, 중요한 것을 먼저 하기 보다 덜 중요한 것들에 의해 소중한 나의 시간들을 잡아먹히게 만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모습에 대한 합리화는 계속되는 핑계를 만들어왔고, 그런 내면의 습관은 의지박약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 아닌 남들이 볼 것만 같은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삶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실천하기 보다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중요하면 중요한 것을 하면 되는데, 마음은 늘 혼란스러웠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들었다.

 

  요약해보자면, 무엇이든 재미있을 것 같은 혹은 중요한 것들을 시도해보기 전에, 실패할 것을 미리 염려하고 걱정하는 모습이 지금의 나다. 그리고 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늘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대한 시선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다. 거기에다가 그동안 축적되어온 마음의 습관이 만들어낸 게으름은 의지박약으로 이어지고 현재 내 인생의 커다란 암초로 작용하고 있어 시원스레 인생의 항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초를 벗어나도 또 다른 암초에 대한 두려움에 다시 물러서는 것이다. 그냥 하면 되는데!!!

 

  그렇다면, 나는 이런 나의 절박한 내면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가? 막힌 담을 헐고 암초를 부수어 앞으로 나아가고 꼬인 터널에서 날개를 얻어 탈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아야 겠다.

 

  두려워말라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두려워 말아야 하는 것에는 여러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타인의 시선을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전혀 중요한 것이 되지 못한다. 죄를 짓고 있지 않는 이상 말이다. 예를 들어 내일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다. 그러나 학부모의 시선 자체는 수업과 아무 관련도 없고 교육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배웠느냐 하는 것이다. 열등감이 작용했었다. 다른 반에서는 악기 시범 연주, 그리고 역할극, 다른 이벤트 등이 있다. 막상 내일 수업을 하려하니 수많은 걱정거리들이 몰려왔다. 재미없으면 어쩌지? 부모들의 시선 속에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지? 다른 반과 비교되면 어쩌지? 그렇다면 나는 정말 쇼처럼 하는 수업을 원하는가? 남들 눈에 띄어보이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서 수업을 하는 것인가? 만약 그랬다면, 나는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저 남들 눈에 좋게만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그저 나는 내일 수업에서 배움을 가지게 해야할 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을 쓸데없는 것에 마음을 소진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목적이 중요한 것이다. 나의 커다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일부의 시간일 뿐이지 내일 하루를 통해 남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이미지를 쌓을 필요는 어디에서도 찾으려 할 필요가 없다. 나의 목적은 무엇인가?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주로 타인의 시선에 대한 염려에서 오는 것이므로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저 두려움을 이겨내면 되는 것인가? 아니다. 목적이 이끌어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오늘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지는 것이다. 그것이 없으면 자꾸만 사람들을 보게 된다. 환경을 보게 된다. 나의 연약한 신체와 열등감에 집중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것만을 침흘리며 쳐다보다가 세월만 허비하게 된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꿈꾸던 이상을 좇을 필요가 있다. 내 인생은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선물과도 같은 소중한 인생을 다른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거나 주저하거나 고민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오히려 나의 인생을 십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내가 받은 소중한 삶의 비밀들을 보여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열심히 살아도 부족할 시간에 같잖은 두려움에 가운데에 머뭇거린다면 어쩌면 나는 죄를 짓는 것이리라.

 

  먼저 내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종이에, 블로그에 적어 보아야겠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면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성경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요한일서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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