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고픈 말들

돌아다니는 벌레

좁쌀 만한 검정 벌레 한 마리가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 책상 앞 벽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한참을 기어가다가 이윽고 날개를 펴서 켜 놓은 스탠드의 불빛 아래로 몇번 비행을 하더니 다시 벽에 달라붙어 돌아다닌다. 그리곤 사라져버렀다. 가끔 이 녀석이 내 얼굴까지 날아오면 그저 손을 한 번 휘저어 쫓을 뿐이다. 그러나 벌레는 갑작스런 거대한 공기의 흐름에 놀라고 말았다. 잠시 벽에 달라붙은 채로 방금 있었던 일을 곱씹어 본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는 이 없다.  나는 다시 녀석을 힐끔 보고는 타자질을 계속한다. 굳이 잡고 싶지 않다. 여름이니까.

 

 

'하고픈 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이 나는 유현이  (0) 2012.07.14
할머니가 너 목 아프다며  (0) 2012.07.05
돌아다니는 벌레  (0) 2012.07.03
자꾸 막힌다  (0) 2012.06.12
열등감과 두려움  (0) 2012.05.31
사랑이 고프다  (0) 201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