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읽는즐거움 (12)
나와마주하는시간
“사진 배경이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있고 이국적이면 이국적일수록 우리는 죽은 자들이나 죽어가는 자들의 정면 모습을 훨씬 더 안전하게 볼 수 있다.”(타인의 고통 / 수전손택 / p.109) 왜일까? 우리 스스로도 동요되고 싶지 않고 평안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가 아닐까? 국가가 자꾸 감추고 싶어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적나라하게 자극적인 사진, 그것도 우리가 속해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벌어진 주검들이 우리 눈 앞에서 끔직한 모습으로 공공연하게 보여진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은 상처를 입을 것이고,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연관성을 가지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곧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으로 번져갈 것이다. 그 공동체..
돌아가고 싶은 과거 어느 한 지점이 있다. 그리고 그 지점의 나의 선택을 바꾸고 싶다. 한번도 과오를 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러고 싶지 않겠지만, 나는 몹시도 돌이키고 싶은 시간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과거와의 화해를 하지 못한채 그 지점이 만들어낸 아우라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과거가 단지 떨쳐버리기만 하고 싶은 시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 다가온 그 순수한 사랑에 대해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그 시공간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인생은 너무 짧은 듯하고 시간은 너무 빠른 듯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윤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 생애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시공간으..
코엘료는 화해를 말해주고 싶은 것 같다. 그것은 종교와 관련이 있으며, 알레프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통해 은유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다. 이제 책의 1/3 가량이 남았다. 이야기는 힐랄과의 관계를 통해 빠르게 '결'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를 통해 비춰진 코엘료의 사상에는 거의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다. 나와는 매우 상반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을 한 챕터 한 챕터 나아갈 때마다 느끼고, 블라디보스톡에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이질감이 커지고 있다. 조금은 실망감도 들기도 한다. 그러나 끝까지 가보고 싶다. 나도 그의 생각의 결말을 보고 싶으니까.
하루 종일 를 붙들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속도는 매우 느리고 이제야 반 정도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가치관이 집약적이고 직접적으로 드러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의 글을 세심하게 읽지 않으면 쉽사리 다음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짧은 시간 안에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함께 횡단하느라 좀 전까지만 해도 지쳐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의 가장 중요한 단어는 '사랑'과 '시간' 이고 '알레프'라는 시공간을 초월한 지점은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있고, 사랑은 변하지 않고 영원히 그 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요 생각인 것 같다. 아니라면 할 수 없지만.. 시베리아 횡단은 표면적 여행의 목적일 뿐,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탐험하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알레프를 통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