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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마주하는시간
# 그토록 사랑했지만 아내는 냉소적이었다. 그리고 결국 예상치도 못한 이와 분륜을 저질렀다. 순간이었다. 살인까지.그 이후 일어날 모든 일들을 상상해보니 끔찍했다.그래서 완전범죄를 저지르기로 했다.모든 사실을 은폐하기로. 어차피. 사랑을 받지 못하는 나는 이 세상에 있으나 마나 시체를 나로 위장시켜 바다 위에서 흔적조차 사라지게 만들고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가능한한 멀리 멀리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났다. 나는 벤이 아닌 게리가 되어서 말이다. 죽은 자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빅픽쳐를 읽었다. 과거의 자신은 버렸다. 그리고 사진을 담으며 게리(자신이 죽인)의 인생을 살았다. 일상을 던진 그는 자신이 머문 곳에서 사진으로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제 2의 인생의 막이 오른 것이다. 그..
아들의 표정이 아까와는 달라졌다. 눈동자는 조금 더 작아졌고 눈빛은 힘을 잃은 듯 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아빠, 자전거 타자" 며 신나게 졸랐기 때문에 갑작스런 아들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머리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다은이도 그랬고, 유현이도 그랬고, 나를 닮았는지 유아시절부터 열이 자주 났고 한번 열이 나면 좀처럼 내려가질 않았다. 그래서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생각나면 한번씩 아이들의 이마에 손을 얹곤 했다. 내 손은 비교적 정확한 온도를 잴 수 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걸까? 손은 늘 바싹바싹 말라서 손바닥 피부껍질엔 습기가 거의 없고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길들이 하얗게 일어나 보일 정도다. 건조한 손이 어딘가에 접촉을 하면 미세한 온도차를 잘 감지를 한다. 특..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던가?그러나 기술한 사람에 따라 역사는 교묘하게 변질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와의 온전한 대화가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안중근 장군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은 장군의 의도와는 다르게 폄하되었다. 적국의 장수를 죽이는 것이 장군으로서 군인으로 응당 마땅함을 재차 강조하였으나일제는 그를 한낱 테러리스트로 몰아갔고이 일이 국제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침략 시대를 벗어난지 수십년이 흐른 지금 안중근 장군의 독립을 위한 희생과 정당성을 또다시 훼손시키려는 시도가 있는것 같다.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교묘하게도 독립 운동가들의 희생과 정신을 그들의 육체와 함께 묻어버리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이래서는 과거와 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짧은 글을 써 왔다. 그런 글쓰기의 시작은 큐티에서 비롯되었다. 겁나게 힘들었던 고교 시절 성경을 읽고 생각하거나 느낀 것들을 공책에 옮기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그만큼 글쓰기는 나에겐 절박한 것이었다. 내가 맞닥뜨린 삶의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 그분을 만나기 위해, 나의 소망, 혹은 미래와 마주하기 위해 나는 매일 써야했다. 대학시절엔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서 칼럼을 개설했다, 나는 이곳에다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여전히 목말랐다. 또래 친구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싶었다. 종종 찾아오는 외로움과 삶에 대한 질문, 나의 근원에 대한 물음 등을 생각나는대로 끄적였다. 비록 찾아오는 이는 별로 없었지만, ..
오랫만의 서울 나들이었다.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의 돌담길을 걷는 것도 좋았고, 선생님의 사진전을 여유로이 보며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도 좋았다. 서울에 올라가는 김에 할머니를 뵙자는 아내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승락이라기보다는 할머니를 생각해준 아내가 고마웠다. 부슬비가 살며시 내리고 있었다. 시장에서 산 참외 박스를 두 손에 들고 할머니가 사시는 집 골목길 안으로 들어섰다. 오랫만에 적셔진 땅에서 오랜 추억과도 같은 냄새가 올라왔다. 할머니 댁의 맞은 편 집 어르신들이 처마 밑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시고 계셨다. 뵌 적은 없지만, 가벼이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댁의 철문은 참외박스가 간신히 들어갈 만큼 좁다. 철문을 일단 통과하고 1미터 앞에서 모퉁이를 돌면 ..
좁쌀 만한 검정 벌레 한 마리가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 책상 앞 벽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한참을 기어가다가 이윽고 날개를 펴서 켜 놓은 스탠드의 불빛 아래로 몇번 비행을 하더니 다시 벽에 달라붙어 돌아다닌다. 그리곤 사라져버렀다. 가끔 이 녀석이 내 얼굴까지 날아오면 그저 손을 한 번 휘저어 쫓을 뿐이다. 그러나 벌레는 갑작스런 거대한 공기의 흐름에 놀라고 말았다. 잠시 벽에 달라붙은 채로 방금 있었던 일을 곱씹어 본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는 이 없다. 나는 다시 녀석을 힐끔 보고는 타자질을 계속한다. 굳이 잡고 싶지 않다. 여름이니까.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를 읽고 코너 우드먼 지음/홍선영 옮김 일전에 우리가 매일 즐겨 마시는 커피의 원료가 다국적기업에 의해 수입되어져 가공되어 판매되는데, 커피의 소비량이 늘어나더라도 원산지의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삯은 미미한 수준이며 가난을 벗어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공정무역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농부들의 삶의 질이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 향상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 알게 된 점은 공정무역마크를 달았다고 해서 농부들에게 공정하게 수익이 돌아가는 일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공정무역인증기관은 인증을 위해 커피를 판매하는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책정하고 판매량이 높아지면 수수료도 더 많이 가져간다고 한다. 커피 뿐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