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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즐거움

타인의 고통을 읽고_1

“사진 배경이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있고 이국적이면 이국적일수록 우리는 죽은 자들이나 죽어가는 자들의 정면 모습을 훨씬 더 안전하게 볼 수 있다.”(타인의 고통 / 수전손택 / p.109)


왜일까? 우리 스스로도 동요되고 싶지 않고 평안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가 아닐까? 국가가 자꾸 감추고 싶어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적나라하게 자극적인 사진, 그것도 우리가 속해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벌어진 주검들이 우리 눈 앞에서 끔직한 모습으로 공공연하게 보여진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은 상처를 입을 것이고,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연관성을 가지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곧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으로 번져갈 것이다. 그 공동체 안에서 누구나 그런 잔인하고 불합리한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군중은 가만히 있기 어려울 것이다. 4.19 나 5.16처럼.


그래서 언론통제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뒤뜰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사회에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고자 하는 게 부도덕한 기득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진이나 영상을 포함한 매체는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 구도나 화면에 피사체를 다르게 배치하는 방법으로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란 사실을 드러내는 도구임에도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충분히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구도란 그것을 담아내는 작가가 계획하는 것이다. 사진가는 자신이 바라보는 가치나 세계관에 의해 덜어내거나 덧붙이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은밀한 뒷거래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공권력은 자신들의 미래와 안전을 보전하기 위하여 열심히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우리 사회의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잔인한 모습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싫어할지도. 그것은 그런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가로 가져야할 무거울지도 모를 짐들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도 닥칠지 모르는 충격적인 사진(죽음이나 고통)을 목도하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양심과 맞닥뜨릴테니까...


그러나 타인이라면 다르다. 우리와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이국적이면 이국적일수록, 손택이 이야기한 것처럼 죽은 자들이나 죽어가는 자들의 모습이 담긴 포트레이트를 정면으로 훨씬 더 안전하게 바라볼 수 있다. 오히려 우리들에게 그들과 똑같은 상황이 닥치지 않은 것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데에는 더할나위 없이 관대한 것이다. 이방인들의 잔인한 주검을 보며 느끼는 스펙터클함을 소비하면서 갤러리에 걸린 저널사진들을 휙 둘러본다. 잔인한 주검에 미간을 찌푸리지만, 그 장면을 담은 결정적일지도 모를(아닐수도 있다) 순간과 구도를 보며 작가의 위대함에 환호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타인의 고통은 주말 나들이 코스로 소비되기 일쑤다. 그리고 우리는 일말의 어떤 책임이나(우리에게 내재된 인간성 등에 대해서) 우리와의 관계를 생각해보지 않은 채 유유히 사진전의 출구를 향해 나아간다. 그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 이상의 것을 뛰어넘지 못하고 말이다.


“특정한 갈등과 특정한 범죄의 속성을 둘러싼 비난은 인간의 잔인함, 인간의 야만성 자체를 둘러싼 비난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듯 광대한 과정 안에서라면 사진작가의 의도라는 것은 거의 무의미해진다. ”(p.178)


양심적 사진작가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서 사실을 고발하고 싶을 것이다.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이미지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그가 던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하여 숙고하려하지 않고 단지 인간의 잔인함이나 야만성을 아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우리에게 스펙터클한, 더욱 잔인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관음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일종의 문화적 소비의 욕구를 달성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생각해보니, 세계보도사진전이나 우리의 과거 어르신들의 고통이 담긴 사진들을 보는 각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마음으로 담아냈을까? 단지 연민에 그쳤던 걸까? 그리고 나는 어떠했을까?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떤 마음일까?


사진전에 가고 싶다. 그리고 나는 사진을 보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고 싶다.

단지 연민에 그칠지, 작품을 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갈지 말이다.


다시 한 번 보도사진전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