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하고픈 말들 (38)
나와마주하는시간
문득 내일을 떠올렸다. 그런데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이상했다. 이 때 쯤 되면 긴장해줘야 하는건데? 긴장할 걸 그랬나? 그러나 마음에 긴장감은 들지 않았고, 편안한 마음뿐이었다. 내일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니?? 으레 일요일 오후가 되면, 내일 출근해야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왠일인지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동안 너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이젠 무감각해졌나라고 돌이켜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감당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월요일에 대한 부담이 느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어제만 해도, 아니 오늘 점심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특히 아내가 어제부터 오늘까지 집 근처 수련원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게..
엔딩크래딧 중간에 나오는 영화 속 주요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거나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배우들은 배우들이다. 극중의 역할들을 어쩌면 저리도 실감나게 표현을 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왜 서울일까? 시종일관 영화는 미래의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배두나가 있다. 시작부터 복잡하게 전개되는 영화는 마치 사슬처럼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가도 마치 단절된 플롯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서서히 영화가 하고 싶은 메세지를 던져놓는다. 그 메세지를 덥석 받아 먹고 속이 든든해진 느낌이랄까? 세 시간의 영화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서로 다른 시대를 뒤섞은 영화는 각 장면에서 인간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늘 같은 ..
아직 더 쏟아야 할 눈이 남았나보다. 조금전부터 다시 좁쌀처럼 가늘고 차가운 눈발이 날린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춥다. 마음도 추운데 몸도 추우니 더 춥게 느껴진다. 이 시간 함께 해 주고 마음을 채워줄 이가 있을리 만무하겠지. 그저 창 밖의 사람이나 구경하며 모과차로 추위를 위로할 뿐. 안 그래야지 싶은데 자꾸 슬퍼진다. 나 스스로가 연민스럽다. 안스럽다. 자꾸만 눈물을 흘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를 진찰하시는 의사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내 마음이 드러날 것만 같아 눈의 초점이 흔들렸다.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내 마음 어이해야 하나. 모과차 한 잔 들어갔는데, 몸이 녹는다. 마음도 누그러진다. 눈가가 조금은 축축해졌다. 지지리 궁상이다. 눈발이 더 굵어지고 거세어졌다. 눈을 들어..
쉬이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오랫만의 출근입니다. 딱 일주일만입니다. 지난주 오늘 이 밤은 몹시 고통스러웠는데 지금은 평온합니다. 이따금씩 내일 맞이할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일주일 뿐이었지만 낯섦일까 반가움일까 여러 생각들을 해봅니다. Blogsy로 포스팅 되었습니다.
꿈을 꿨다. 넓은 강이었다. 강 한 쪽엔 사람들이 강을 바라보고 있었고 강 가운데에 사람들의 무리가 있었다. 강 가운데에 섬이 있어 사람이 있었는지 섬이 없이 사람들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어느새 나는 그 사람들 있는 강 가운데에 있었다. 어머니같은 넓고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자가 물 위로 반쯤 몸을 내밀고는 나를 향해 오라고 손짓한다. 이윽고 나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 따사로운 사랑을 나눈다. 그녀의 품 안으로 들어갔고 가슴의 밀착이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러나 너무 짧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내 앞에 내가 익히 잘 알고 친한 직장 동료 여자가 있었다. 사랑을 나눈 여인이 동료 직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동료 여인은 내게 새 청 반바지를 건네주고는 입으라고 하였다. 마치 내 아내인 것처럼 말이..
내가 궁핍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11-13) 청심환이라도 먹어야겠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내면이라는 것이 약해질대로 약해져서 이젠 나를 조금이라도 번거롭게 하는 것이면 커다란 떨림으로 다가온다. 스트레스를 줄 만한 작은 자극조차 극도로 싫어해서 큰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다. 머릿 속은 온통 걱정으로 가득해버린다. 내일이 공개수업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은 절대 평..
바닥을 쳤다. 난 곧 침묵할 것이다.